이탈리아 북부의 과자
이탈리아 북부는 메밀가루, 옥수수가루 등 한랭지의 소재를 활용한 깊은 풍미의 과자가 많아요. 알프스 산맥을 경계로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와 육지로 연결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이탈리아는 긴 역사 속에서 근린 제국의 영향을 받으며 식문화를 형성해 왔어요. 겨울은 기온이 낮고 눈도 오기 때문에 온난한 남부에 비해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이 적어요. 하지만 그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북이탈리아의 과자는 깊은 풍미를 지닌 것이 많지요. 롬바르디아에서 에밀리아로마냐에 걸친 포강 유역의 평야 지대는 낙농이 활발한 지역. 강수량이 많은 데다 18세기 이후에는 관개 시설이 정비되어 목초 재배 기술이 발전했어요. 그런 이유로 과자에도 버터나 생크림 등이 유제품이 널리 사용되었어요. 추위에 견딜 수 있게 몸을 따뜻하게 하고, 에너지를 비축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에요. 연질 소맥과 쌀 생산지이기도 해 이를 사용한 과자도 많아요. 산악 지대에서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로 인해 토양이 척박해 소맥 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메밀이나 옥수수 등의 곡물 가루가 사용되는 특징이 있어요. 산간부에서는 일찍이 밤이나 헤이즐넛이 귀중한 영양원이었어요. 과일은 사과, 복숭아, 살구, 체리 등을 재배해 잼이나 콩포트로 만들어 보존했어요. 중세에는 베네치아나 제노바에서 번성한 동방 무역으로 중동 세계로부터 설탕과 향신료 수입이 증가했어요. 또 신대륙 발견 이후인 16세기에는 피에몬테에 카카오가 전해지는 등 이탈리아 과자 문화 발전에 크게 관련된 지역이기도 해요. 현재는 밀라노를 중심으로 유행을 도입해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는 과자점이 다수 등장하고 있지만 토리노와 베네치아에는 창업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과자점과 카페도 다수 현존하고 있어요.
스푼 과자 티라미수
마스카포네 치즈가 들어간 유명한 스푼 과자 티라미수는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많은 디저트인데요. 빵집에 가면 빠지지 않고 있는 게 티라미수예요. 그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굉장히 좋아하죠. 이탈리아의 과자라고 하면 티라미수를 떠올린 만큼 유명해진 이 과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붐이 일기도 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탈리아의 전통 과자를 다룬 문헌에서 티라미수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아요. 유구한 식문화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에서 티라미수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과자인 것이에요. 그 원형은 과거 스바투딘이라고 불린 자바이오네로, 베네토에서는 여기에 바이콜리를 적셔 먹었다고 해요. 1981년 여기서 영감을 얻은 트레비소의 한 셰프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티라미수'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시하면서 크게 호평을 받았어요. '나를 끌어올리다'라는 뜻의 티라미수는 감기에 걸리거나 피로할 때 영양 보충을 위해 먹었던 자바이오네를 베이스로 만든 디저트로 '맛있어서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기본은 자바이오네와 마스카포네 치즈를 섞은 크림, 에스프레소를 적신 사보이아르디에 마지막으로 코코아파우더를 듬뿍 얹어요. 생크림을 넣기도 하고 최근에는 원형에서 한참 멀어진 딸기 티라미수 등의 디저트도 등장했어요.
크리스마스의 발효 과자 파네토네
과일향 가득한 크리스마스의 발효 과자인 파네토네. 12월이 되면 이탈리아인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온다는 것에 마음이 설레고 거리는 온통 파네토네로 가득해요. 지금은 이탈리아 전역에서 크리스마스 과자의 필두로 꼽히지만 원래는 롬바르디아에서 탄생한 과자로, 그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어요.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안토니오라는 이름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 그의 애칭인 토니를 따 '파네 디 토니'라고 불리다 그것이 변화해 파네토네가 되었다는 것이에요. 그 밖에도 고대 로마 시대에 이미 그 원형이 존재했다거나 중세 무렵의 크리스마스 시즌에 평소보다 많은 재료를 넣어 풍미 가득한 빵을 만드는 관습이 잇었다는 설 등이 있어요. 참고로 파네토네는 '커다란 빵'이라는 뜻이에요. 과거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재료를 넉넉히 사용해 커다란 빵을 구웠던 것이 아닐까. 뭐가 됐든 아주 오래전부터 이 지방에서 만들어진 발효과자라는 것은 분명한 듯해요. 이탈리아의 파네토네는 밀가루와 물로만 만든 천연 효모를 사용해요. 수십 년을 매일 정성껏 관리하며 보존해 온 효모예요. 파네토네는 반죽을 만들기 전 효모를 얻는 데만 3번의 발효가 필요하며, 성형한 후에도 마지막 발효를 거쳐 오븐에 구워요. 다시 말해 총 4번의 발효가 필요하며 전 공정을 사흘에 걸쳐 천천히 발효시켜 만들어요. 이런 장시간에 걸친 발효 덕분에 수개월 간 보족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최근에는 초콜릿, 피스타치오 풍미 등 다양한 종류의 파네토네가 등장하고 있다고 해요.